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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습니까?

이관용   /   2019-01-17

당신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습니까?

글: 이관용


매년 잘 지어진 10개의 집을 선정하여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행사가 열리는 미국의 어느 도시에 산 적이 있다. 해당 도시의 건축가협회가 선정한 10개의 우수한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문화적 성숙함과 더불어 프라이빗한 공간을 오픈하는 집주인의 대인배 같은 아량 또한 성숙한 하나의 문화의식을 표현해주는 일이었다. 선정된 집은 주로 수려한 풍광 속에 자리잡은 주택, 매우 세련된 현대건축을 표현한 주택, 집주인의 고급적인 인테리어와 소품을 보여주고 한껏 뽐내는 주택, 건축적으로 개념적인 철학을 대변해주는 상징체 같은 작품들도 있었다. 일반인에게는 그림 같은 어쩌면 평생 이런 집을 지어볼 수 있을까 라는 부러움과 시샘을 보여주는 집들이었다. 건축을 공부했던 그 당시 미국의 고급주택을 살펴보았던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또 집이라는 건축물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은 그 일생의 대부분을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살게 된다. 집은 우리에게 하나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꿈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는 강박관념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나만의 집을 하나 갖는다는 것은 소박하면서도 어쩌면 쉽게 이루지 못할 꿈인지도 모른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집은 경제적인 비용을 치러야만 구입 또는 건축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내가 꿈꾸는 집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집은 무엇인가? 집은 가장 강력한 인간의 근원적인 모태의 공간이자 삶을 조직하고 담아내는 곳이다. 사람은 집을 짓고 집은 사람을 짓는다. 좋은 환경은 인간에게 심리적으로, 행태적으로 또 신체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병을 치유하는데 큰 힘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집은 인간의 영원한 정신적 고향이자 일상의 삶과 경험을 담아내는 물리적인 환경이다. 집이라는 공간 안에는 수 많은 사건과 시간의 축적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건축환경은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사회적, 경제적으로 하나의 상징체계를 가지기도 하다. 다양한 색깔의 모자이크가 큰 그림을 그리듯 수많은 집들은 곧 사회라는 큰 그림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여러분에게 집은 어떤 모습으로 또 어떤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가? 현재 어떤 집에서 살고 있고, 또 살고 있는 집이 마음에 드는가? 앞으로 집 옮길 계획이 있다면 어떤 집으로 가고 싶은가? 설령 집 옮길 계획이 없더라도 이상형으로 꿈꾸는 집이 있는가? 여기 몇 가지 집에 대한 생각을 적어본다. 그 중에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1)     첫 번째 집은 그저 삶의 한 소품처럼 별 의미를 두고 있지 않고 가장 단순한 물리적인 공간으로 생각한다. 비바람을 막고 더위와 추위를 피하는 기능을 해결하는 단순한 집이다. 근대건축가인 르 꼬르뷔지에가 말한 집은 기계인 것처럼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는 그런 집. 거기에 덧붙여 편리함과 안락함을 제공하고 부동산 가치가 있어야 한다. 단순한 기능과 재테크로서의 의미를 가진 집이 첫 번째 집이다. 집이 있는 도시적인 위치를 고려하고 내가 살고 싶은 집이 아니라 투자 목적용으로 처분하기 용이한 그런 집을 꿈꾼다.

 

2)     두 번째 집은 가장 앞서가는 최신의 트렌드를 가진 집. 가장 현대적인 미를 가짐과 동시에 도시적인 랜드마크 되는 곳이면 더욱 좋다. 주상복합, 아파트로 대변되는 현대주택의 한 모습일 수도 있다. 원스톱 라이프 스타일이 해결되는 도시복합개발단지에 위치하는 주거유형이거나 한 도시의 중심에 위치하여 도시적인 생활이 편리하고 바로 인접해 있는 집이면 더욱 좋겠다. 또 인근에 공원이 있어 운동과 휴식을 가지면 더욱 좋겠다. 그러면서도 부의 가치를 상징하고 환급성이 좋은 집이 두번째 집이다.

 

3)     세 번째 집은 물리적으로 좋은 것보다 집이 가지는 정신적인 의미와 시간의 추억이 서려있으면 그만 인 집이다. 재테크도 별 관심이 없다. 제테크 보다는 내가 살고 싶은 집을 만들어가며 사는 집, 시간이 흘러 집이 늙어도 가족의 떼가 묻어있는 집, 현대적인 미가 없어도 사색할 수 있고 명상하기에 좋은 집, 집이 작아도 이웃과 더불어 살고 싶은 동네에 있는 집이다. 복잡한 현대문명을 잠시라도 피할 수 있는 조용함이 있는 집에서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만큼의 삶의 흔적과 사건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일시적인 거주의 개념을 벗어나 삶의 다양한 풍경을 그리고 담아내는 집이면 더욱 좋겠다.

 

간략하게 세 개의 집의 유형을 언급해 보았다. 여러분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 집은 부를 표현하기도 하고,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현대주거의 발명품인 아파트가 도시를 점령하여 모두다 획일화되고 건조화되는 작금의 현대주거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고 삶을 표현하는 한 방식인 건축 환경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고 싶고 행복을 만들어 가며 살고 싶어한다. 집은 삶의 필수품이자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어떤 집을 만들던지 그것이 사람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면 안될 것이다. 집을 짓는 사람도 집에 사는 사람도 모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집을 만드는 것은 사는 사람의 몫이기도 하거니와 짓는 사람의 책임도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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